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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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결국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며, 벤 스틸러는 적당한 재치와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을 통해 인생에 대한 사유 속으로 보는 이를 자연스레 끌고 들어간다.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은 채, 삶의 정수란 결국 바깥에 있지 않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에 녹아있다고 우리 스스로 깨닫게끔 만든다.

우리의 삶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줄 순간은 공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움직이고 있는 이 순간에 있다는 것. 

영화는 외형적으로는 마치 감독 벤 스틸러의 포트폴리오 같다는 인상을 준다. 초반부 월터의 공상을 현실 속 이미지로 끌고 들어오는 장면들은(미셸 공드리에게서 일정량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다양한 장르의 연출법을 실험하며 마치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을 향해 ‘블록버스터 액션이든, 재난영화든 맡겨만 달라’고 어필하는 것만 같다. 

나는 그가 마블의 코믹북 슈퍼히어로 영화를 연출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비는 너무 높게 책정하지 말고 시험 삼아 한 번 맡겨보시라니깐.

어바웃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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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무렵에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언젠가 인생을 살다가 지나온 날들이 너무나 후회스러운 나머지 늙고 죽어갈 무렵, 온 마음을 다해 ‘딱 한 번만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다가 이내, ‘혹시 내가 살고 있는 오늘 이 순간이 바로 죽어가던 내가 절실히 원하던 과거의 그 날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 없던 시절의 센치한 상상이었을 뿐이었지만, 그날 이후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가 아주 조금은 바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후회스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느냐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사실 많이 후회스럽고, 지금이라도 스무 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하며 부질 없는 소망을 해보곤 한다.

<어바웃 타임>은 자신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남자가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언뜻 아담 샌들러의 <클릭>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건너뛰기도, 빨리 감기도 없는 오로지 과거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결국 영화 속 주인공과 관객인 우리가 깨닫는 사실은 ‘시간은 결국 흘러간다’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도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으며, 삶에는 연습이 없다.

난 아직도 살아감에 있어 서투르고, 매일 크고 작은 후회를 남기지만, 내겐 시간을 되돌릴 능력은 없다. 어리석은 시간의 낭비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번 게으름에 기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어바웃 타임>으로 또 한 번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새삼 새로운 가치를 깨달은 양 착각하며 ‘내일부터는 다르게 살아야지’하는 자기기만적인 다짐을 한 번 더 하고만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자기계발서 같은 작품이다. 좋은 깨달음을 주지만, 그 깨달음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철저히 내 자신에게 달렸다. 어쩌다가 새해 첫 주에 이 영화를 보게 되어갖고는.

2014년. 작년보다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한 해를 보내야겠다.